"눈에 보이지 않는 물질, 미시세계의 DNA를 소리나 움직임으로 경험하게 할 수 있을까?"
생물종들의 다양성을 만드는 원인이 유전자인데, 외부 환경이나 내부 요인에 의해 유전자 다양성을 상실한 생명체 집단은 뜻밖의 환경 변화에 대처하지 못하고 멸종해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개체의 차이를 생성하는 유전자 다양성은 지구 전체의 생물을 바라볼 때 중요한 요소이다. 현실의 생물에서 추출한 유전자 다양성을 ‘디지털 방식’으로도 구현할 수 있을까? 그것이 가능하다면, 데이터로 추상화된 생물 종의 유전적 다양성을 어떻게 ‘감각적인 예술언어’로 전달할 수 있을까? HCI(Human-Computer Interaction) 분야에서 기계와 생명의 관계 그리고 생물다양성을 연구해 온 이다영 작가의 이번 〈GOLD(Generation of Living Diversity)〉작업은 아마도 이러한 질문들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다.
〈이다영의 GOLD(Generation of Living Diversity), 알고리즘에 기반한 생물다양성의 예술〉 中, 미술평론가 유현주
〈Generation of Living Diversity〉는 삵 개체군의 다양성을 관측하기 위한 연구에서 활용되었던 DNA의 미세부수체(microsatellites) 데이터 기반의 키네틱 사운드 인스톨레이션 작업이다. 같은 종이지만 서로 다른 유전적 특성을 가지고 있는 각 개체들과 다양성을 소리와 빛, 움직임으로 표현한다.미세부수체의 반복되는 염기 구조는 일종의 단위 패턴으로, 각 개체는 각각 다른 횟수만큼 패턴이 드러나고 이러한 작은 차이가 모여 결국 개체 간의 차이를 구성한다. 이러한 차이를 기록한 DNA 데이터는 알고리즘을 통해 오브젝트의 움직임과 빛, 그리고 소리로 치환된다. 관람자를 둘러싼 조형 불투명한 박스 내부에서 움직임과 빛은 미시세계의 데이터를 일종의 거대한 생명체처럼 확대시켜 재현한다. 감각적으로 수용가능해진 데이터는 미시세계 속으로 들어간 듯한 몰입적 경험을 전달한다.